
리스는 형편없는 마을이었다. 변변한 의사도 없고 의료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마녀라고 불리며 모두가 기피하는, 전직 메이지인 노파 뿐이었는데 그녀마저 허리를 다쳐 소년, 데릭의 다리를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데릭의 오른다리는 완전히 고장나고 말았다. 평생 지팡이를 의지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데릭의 나이 고작 열 셋. 그러나 절망을 알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일어설 수 있게 되었을 때 데릭은 저는 다리를 이끌고 산으로 향했다. 마을에는 있을 곳이 없었다. 데릭의 장애가 알려지며, 또래 소년들의 괴롭힘은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해졌다. 마녀 할멈의 집도 더 이상 안전하지 못했다. 허리를 다쳐 누워있는 노파는 나이를 먹기 시작한 소년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도피는 늘 어려웠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 무리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했고, 그들이 지팡이를 부러트리기라도 하면 앉은 자리에서 도움을 기다리던지 반쯤은 기어서 집까지 돌아가는데에만 한 세월이었다.
그러기를 며칠, 간신히 숨어들어간 산 속에서 데릭은 소녀를 다시 만났다. 데릭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나무 사이에서 나타난 흰 머리 소녀는 데릭의 손을 잡아 끌고 숲 속으로 향했다. 소녀가 손짓하자 나무들이 길을 비켰고 지나온 길을 감추었다. 소녀는 다친 그가 마음이 쓰여 먼 발치에서 줄곧 지켜봤다고 했다. 소녀는 자신을 노르라고 소개했다.
노르와 데릭은 숲 속에 은신처를 만들었다. 노르의 신비한 능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머지 않아 노르의 아버지, 이리야라는 청년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그는 크게 마음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따금 노르를 만나러 와도 되겠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도 만나러 와달라며 흔쾌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