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해 뒤, 마녀 할멈이 숨을 거두었다. 데릭만이 말년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그 노파는 소년에게 유품으로 책과 온갖 정체 모를 물품들을 남겼는데, 그 중에는 손을 대면 반짝이는 돌도 있었다. 노르에게 보여주려고 가져갔으나 그것은 데릭의 손 위에서만 빛이 났다. 어머니는 그것이 '마력석'이라고 하며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딘가로 편지를 썼는데, 그것이 그들을 리스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 무렵 데릭 또래의 소년들은 자경단에 입단하는 데에 온 관심이 쏠려있었다. 제국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리스에서는, 자경단 표식을 달고 있는 것이 퍽 대단한 일이었다. 그 작은 세계에서 명예라고 할 만한 일은 그 정도였던 것이다. 데릭은 그런 그들을 드러내고 비웃었는데,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열 다섯 소년의 눈에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제까지고 아름다울 것 같았던 어머니 눈가에 드리워진 기미와 주름이. 거칠게 터진 손등과 총기 잃은 눈동자가. 데릭은 영민한 소년이었다. 리스에서 불구자인 자신이 어머니에게 기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다. 그럼에도 어찌할 바가 없었다. 자신은 무력했다. 경멸하는 자경단에조차 들어갈 방법이 없었고, 어머니에게 추잡한 시선을 던지는 마을 사내들을 쫓아낼 힘도 없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폭력 앞에서는 숲 속으로 도망치는 것도 간신히였다. 숲에 들어가면, 그들만의 은신처에서 자라지 않는 소녀가 기다렸다. 함께 있으면 시간이 흐르지 않을 것 같았다. 처지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랬다. 데릭은 노르를 사랑했다. 그가 가진 것 중 좋은 것은 소녀 뿐이었다.
다시 세 해가 지나고 나서야 어머니의 편지에 답이 왔다. 데릭이 메이지의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확인할 사람을 리스로 보내겠다는 소식이었다. 모자는 기대에 찼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약속한 날, 데릭은 자리에 나설 수 없었다. 그는 마을 외각의 자경단 헛간에 있었다. 재갈이 물리지 않고 밧줄이 묶이지 않았다고 해도 빗장을 열고 나갈수 없도록 발가벗겨져서, 무시하고 경멸하던 자들에게 끔찍하게 모욕을 당했다. 자경단 청년들은 데릭이 자신의 장애를 비관해 메이지의 재능을 꾸며냈을 것이라 입모아 증언했다. 진짜 메이지가 온다면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겁이 나 도망쳤을 것이라고. 어머니의 간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니아에서 파견된 메이지는 하루도 채 머무르지 않고 리스를 떠났다.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열여덟 살. 기초교육조차 받기 힘든 마을에서 자란 소년. 희박한 가능성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고 했다.